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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p and Dan Heath, 『스틱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 웅진윙스, 010
운가령 2016. 9. 14. 20:57
Prologue
“엄마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갈 거다.”
필자가 어렸을 적 말썽을 부리곤 할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실제로 당시 낮잠을 잘 때면 망태할아버지가 나오는 악몽을 몇 번 꿨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6.25전쟁 무렵 생겨나고 하다.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를 강타한 무서운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초반부에 나오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도시괴담인 ‘얼음이 찬 욕조와 신장도둑'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들려온 동남아 신혼부부 납치 괴담과 유사하다. (궁금하면 한 번 검색해보시라.)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처럼 한 번 들으면 뇌리에 꽂히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이미 키워드를 듣는 순간 바로 즉석으로 읊을 수도 있을 스토리도 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흥망성쇠가 어느 것보다 엄정한 메시지의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메시지들은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을 보면서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특히, 나는 전달 능력(teaching)이 부족하고 적성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도시괴담과 대척점에 있는 C급 메시지들이었던 것이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들으면 사람들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걸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의도한 바, 가치관, 핵심 토픽을 어떻게 하면 스티커 메세지로 내보일 수 있을까? 책에서 제시한 SUCCESs(Simplicity, Unexpectedness, Concreteness, Credibility, Emotion, Story)는 창의적인 contents를 만드는 믿음직스러운 첨병들이다. 이 SUCCESs가 나의 평범한 대화와 결정에 녹아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일상적이지만 범상치 않은 이 군단들은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복잡한 메시지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달라붙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마치 분신사바의 전설처럼.
SUCCESs
추측 기제를 깨다: 호기심의 공백을 만들어라
“A proverb is a short sentence based on long experience.”
돈키호테의 저자 Miguel de Cervantes가 한 말이다. 이 quote가 책 《스틱》에 대한 나의 서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것을 먼저 던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지금 그 스킬을 사용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답게 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나다움이 미성숙하면서 심지어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필자는 그 말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자신의 말에서 지루하고 뻔한 대답을 파악하고 고쳐내야 한다. 뻔한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익숙지 않은 미래에 대비를 해야 하므로 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25,000년 전에 나침반을 들고 그것을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북쪽’으로 걷고 있었다면 결국에는 남극에 도착하게 되었을 거라는 걸 아나요?”
이러한 질문은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공백을 열어놓음으로써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갑작스러운 충격효과 , 강력한 힘을 실어줌
“미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귀환시키는 하나의 목표에 전념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 John F. Kennedy가 소련에 뒤쳐진 미국의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 선언이다. 이는 ‘모든 힘을 다해 위대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소련보다 먼저 화성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불명확하고 지향점 없이 부유하는 메시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비범함과 탁월함, 이 메시지는 미국의 우주산업을 단시간 내에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달에 지구의 최초의 깃발로 미국 국기를 꽂는 쾌거를 이뤄내게 한 시발점이다.
충격효과는 광고에서 흔히 사용된다. (일상적으로) 예상되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다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예상되는 우리의 예측기제를 깨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마당에 모인 3대에 걸친 한 가족이 있다. 화사한 햇살 아래 바베큐가 지글거리고, 개들과 아이들은 주변을 뛰어다닌다. 어른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달걀프라이를 클로즈업하면서 바로 다음 장면으로 디졸브(dissolve)된다. “마약은 당신의 뇌를 이렇게 만듭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쓰였던 광고 기법이다.
미스터리
“이번 추석에 여러분(대학원생)이 평소에 존경하는 지도교수님께 한우세트를 보내려고 해요.
그러면 며칠 전에 보내야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을까요?”
궁금증을 일으키는 질문을 던진다면 바로 다음으로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즉, 수수께끼를 차근차근히 풀어나가는 것이다. 아니면 다른 방식도 있다. 당혹감과 절망을 던져준다면, 그다음 희망적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즉, ‘결론을 요구하는 것’이다. 필자는 소개팅 때 사주를 봐주시는 해병대 아저씨를 먼저 던졌다. 본래 에피소드를 던지면 하나하나씩 밟아가야 하지만 필자는 ‘해병대 = 전우애’라는 공감대만으로도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하여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해병대 공감대를 자아냈지만 당연히 승전결은 없었다. (수많은 흑역사 중 하나다. MSG라도 뿌렸어야 했다.) 별 게 없는 스토리도 미스터리가 제시되면 관대해진다. 전우애, 꼰대문화에 대한 연상이 흔히 이루어지면서 기대감이 증폭시킬 수 있었지만 결국은 자충수를 던진 셈이었다.
에피소드를 꺼내려면 화젯거리로 흥미를 돋우고, 서사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필자가 수강했던 재무관리 교수님은 아직도 독특하고 재미있었던 분으로 기억에 남는다. 보통 매시간마다 한 사람을 지정해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전의 질문자들의 정보를 이따금씩 상기시키면서 특유의 공감대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14년에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50만원일 때 판 것과 기업체 강의에서 권위자이면서도 특유의 말재간으로 이끌었다고 한 게 지금 당장 떠오른다. (권위자의 실수가 오히려 호감을 증진시킨다는 주장은 Adam Grant의 책 《기브 앤 테이크》에서 나온다.) 이런 수업 과정에서 딱딱한 digit놀음이던 주식의 문을 흥미롭게 열어주셨고, 상황을 제시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방식을 고무시켜 주셨다. (하지만 내 학점까지 도와주시진 않으셨다...)
필자가 보기에 보통 고등학생들은 수학을 1학년 삼각함수에서 포기하고 만다. 정의, 응융, 원리... 지루할 것이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은 플라톤에게 맡기고, 어서 학생들을 현실의 –예측이 약간 어렵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여정에 합류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Lecturer인 우리는 이데아라는 ‘목적지’를 알고 있다. 따라서 전체 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의 길에 초대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노정은 삼각함수의 매력에 빠지는 길일 것이다.) 여기서 뿌려야할 중요한 감초는 이미 존재하는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지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용성 편향을 사용해라. 기존에 아는 친숙한 것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흥미로운 것을 던져라. 자연스럽게 실마리를 던져주면 순진무구한 우리 학생들은 미끼를 물것이다.
하지만 높은 단계로 갈수록 삼각함수행 탑승객들은 지치거나 낙오할 수 있다.(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끈기가 별로 없거나 모든 것에 무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위험한 지점을 터닝포인트로 삼자. 여정의 모든 순간을 장면(scene)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도전 플롯(plot)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스스로 스토리를 움켜쥐는 순간 학생들은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본인들이 (단계를 밟아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허점투성이 도식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만들고, 그 지점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또한 알려줘야 한다. 다름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식하도록 보이고, 그들이 훌륭하게 만들어낸 구성된 놀라움을 보여줘야 한다. Lecturer로서 절대로 ‘나는 어떤 사실을 안다. 나는 그 사실들을 체계적인 순서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할 것이다’라는 모습으로 주지 말자.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은 ‘요약’이 아니다. 수능 성공사례, 합격수기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이유는 그 당사자의 해피엔딩이 아닌 앞으로 바뀔 ‘읽고있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주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강의 방법은 ‘이성에게 치근덕대는 방법’과 닮아있다. (책을 보고 이론 하나 배웠다^^)
구체성: 추상적인 대중보다 개개인
필자는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특히 드립 칠 때) 소위 말해 “어떤 것이 잘 먹히나?”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리고 적용시키려고 노력한다. (타율은 아직까지 매우 낮다 OTL) 기본적으로 함께한 경험은 깔고 들어가야 한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에피소드, 여행가서 생긴 일, 아니면 그룹 자체만의 문화 등 역동적이고 파급력이 컸던 것일수록 잘 먹힌다. (참고로 이런 공감대를 통틀어 문화인류학 용어 라포(rapport)가 있다.) 대상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하면 설득을 위한 접근이 확실히 편해진다. 필자는 길고 어렵고 관념적인 문구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보기엔 있어보이고 academic해 보였지만 그다지 좋은 호응은 얻진 못했다. 적어도 함께 공유하는 것을 기반으로 해야 됐지만, 스티커 메시지가 아닌 stark한 메시지였던 것이다.
일광노출이 노화주름의 주범이란 것을 설득하려고 한다. 자외선, 콜라겐, 엘라스틴을 운운하며 선크림을 바르라고 충고할 것인가?(당신이 의사국시를 통과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3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무언가 어색하다. 평범한 오른쪽 얼굴과 달리 왼쪽은 피부가 거의 죽어 있었다. 당신이 의사를 자처하며 전문용어를 날라다 왕진을 하는 것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이처럼 개인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무엇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KBS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가 후원금을 많이 받는 것도,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를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코란의 개경장 읊듯이 내뱉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솝 우화는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가장 영향력 있고 인용이 많이 되는 sticker로 남아있다. 그 중 《신 포도와 여우》처럼, 포도가 시다고 투정을 부리는 여우는 우리에게 어떠한 축약적이고 추상적인 언어유희보다 쉽고 오래가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설악산의 천연보호구역에 케이블카가 들어오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는 짓이다. 졸렬한 정부당국에 맞서 함께 투쟁해달라.” 이 얼마나 추상적인 슬로건인가? 직접적인 경각심을 목표로 지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12개월 만에 천연보호구역의 300acre를 우리 oo 비영리 단체가 소유화 하고 그 토지보유결과를 보고하겠다.”라고 하면 어떨까? 1차원 감정에 매몰되면 1차원적인 해결방법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웃될 볼링 볼을 자신 있게 던지느니 다른 방법을 취하는 걸 고민해보자.
스티커의 진정한 가치는 목표와 스토리의 완벽한 상호 연관성이다. TV 야구 중계에서 휴가 나온 군인이 치어리더를 제끼고 ‘샤샤샤’를 춤추는 모습, r관객의 파울볼 추격전을 끝까지 보여주는 것, 야구장 주변을 항공카메라로 보여주는 이유를 아는가? 흔히 우리는 야구를 경기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가지를 본다. 일련의 이미지로 하여금 우리에게 딱딱한 TV를 넘은 보다 부드러운 친근감을 조성한다. 실제로 미국의 한 사람은 앞서 말한 카메라 기법을 제시함으로써 TV야구중계의 시청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우리가 현재 야구중계에서 인간적인 화면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그 사람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모레 퍼시픽을 보면 재무관리 교수님이 생각나는 것처럼, 명명되는 용어가 자리 잡히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상기시킬 수 있고, 딱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 개념을 지탱하는 것은 구체적인 토대이다. 문장은 스토리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다.
무언가 느끼게 하라
신영준박사님이 추앙하시는 Dale Carnegie의 책 《인간관계론》의 핵심은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각자마다 마음을 쏟고 싶은 각별한 것이 있을 것이다.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감정에 고상한 동기를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을 낮은 차원의 감정들로 얼룩진 캔버스에 덧칠해야 한다. ‘스포츠 정신’이라는 단어가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낼 능력을 이미 잃었다고 해도, 그에 대한 필요와 동경과 욕구가 여전히 존재하듯이 말이다.
광고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주가 자신의 능력에 도취된 나머지 우리가 왜 그것을 사야 하는지를 말해주길 깜빡한다는 것이다. “이건 나한테 뭐가 좋죠?” 혜택은 확실해야 한다. 확실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가령 내겐 이러한 (허황된) 소망이 있다. 5년 뒤에 “벤츠 타고 다니자” 3년 뒤에 Ph.D Full Funding 받아 영국에서 다니자. 일단 적거나 내뱉게 되면 파생되는 계획이 생길 수 있다. “흠, 그렇다면 먼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겠군. 그런 다음 그 기술을 개발하고 또 2017년 봄학기 전에 아이엘츠를 따고...”
우리는 Maslow의 피라미드 지하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각자 고유의 invaluable한 동기를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의 ‘물리적’이거나 ‘실제적’인 부분이 인생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 햇빛 따스한 상층부의 심오한 동기를 들춰낼 기회를 잃어버리지 말자.
핵심가치를 점유하라
하나의 메시지가 던져진다면, 받는 사람은 그 의도를 파악하는 순간 자신 나름대로 해결책을 건설할 수 있다. West Point로 알려진 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 (USMA)의 행동과학 부서장인 톰 콜디츠 대령의 말처럼 “원래의 계획을 수행할 능력은 잃을지 모르나 그 의도를 수행할 책임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것이다. 이 점만 명심하면 어떤 결정이든 핵심가치에 맞게 행동방향을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디즈니랜드에서는 직원을 ‘배우’라고 부른다.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닌 ‘actor’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학과 조교를 한 순간부터 과의 한 직원이라고 생각하자. 생각해보니 카페에서 일할 때는 단순한 ‘할 일을 해야지’라는 추상적인 책임감만 가졌기 때문에 가끔씩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당연히 그럴 맘이 들도록 하는 manager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고. but 내가 변하는 것 없이 똑같이 하면 그토록 욕하는 사람의 전철을 밟게 된다. 외쳐 헬조선!)
이처럼 핵심가치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스터디에서도 발제에서 의문되는 것을 던짐에 따라 예상치 못하게 얻는 게 많았다. 앞서 다뤘던 내용들과 일맥상통하지만 재차 강조해본다. 자연스럽게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더불어 덜 중요한 것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시 되는 선택사항들에 집중할 수 있다. 핵심사항만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나머지 일들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SouthWest 항공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를 지향하기 때문에 목표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는 승무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승무원이 생일이면, (가장 저렴함을 달성하는 한에서) 축하 메시지를 인터컴으로 나누면서 장난치는 것에 어떠한 제약도 가하지 않는다. 이로써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직무에 있어서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업무수행을 유도할 수 있다. (내가 그토록 조급하고 소소한 취미거리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이러한 맥락을 잡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신뢰성
신뢰성은 구체화의 파생으로 생길 수 있다. 가령 중동전쟁 시리즈에 대한 재미난 일화를 들려주더라도(가령, 이집트 전 대통령 나세르가 쎈척 하려고 이스라엘에 쨉 날렸다가 카운터펀치를 엄청나게 맞은 제3차 중동전쟁 같은...) 그에 대해 많이 안다는 신뢰성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 이런 전달에도 테크닉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특정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 detailed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게 필요하다. 핵심 메시지를 상징화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이러한 세부 사항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부 사항이 바로 필수적이고 의미심장한 것이다.
한 수업에서 석유에 관한 발표를 본 적이 있다. 발표한 분은 석유 정제방법의 개선이 중동의 석유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숫자와 통계에 의지하지 않았다. 페트병과 물, 피스톤으로 확실하고 간단하게 보여주자 사람들에게 엄청난 신뢰성을 주었다. 사람들에게 달라붙지도 않을 추상적 개념인 digit에 감각적인 현실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강의실에 정제소의 실재(實在)를 가져온 것이다. 아이디어를 착 달라붙게 만들어주는 것은 감성의 역할이다. 진짜 현실을 가져올 수 있는데 왜 굳이 숫자를 가져오려고 하는가? 우리는 컴퓨터처럼 숫자해독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
지식의 저주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필자는 당장 어제만 해도 수업시간에서 지식의 저주를 느끼고 왔다. ^^) 지식의 저주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은 1990년 Stanford Univ.에서 Elizabeth Newton가 실험한 ‘책상두드리기’이다. 피실험군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그 리듬을 책상에 두드리는 A와 테이블 두드리는 것을 보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B로 나뉜다. 피실험군 A는 ‘당연히’ B들이 대부분의 노래를 맞출 줄 알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당장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생일축하노래'로 검증해보아라. 맞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운전면허 연습할 때 일부 강사에서 보이는 오만함과 같다.(진짜 컴플레인 걸고 싶은 인간이 있었다.) 초보자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구체적인 세부 사항’으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세부 사항을 ‘패턴과 상징’,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으로 인식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언갈 알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다. 즉 비전문가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순간 선도(先道)자가 선택할 방법은 두 가지 이다. 앞으로 아무것도 배우지 않거나, 앞으로 얻게될 메시지를 받아들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코너였던 '마빡이'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것들이 자연스러우나 ‘진실’(Truth)의 정의는 기억의 표면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런 범주의 것들엔 자기 자신만의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가 정하는 메시지에 달려있는 갈고리 수를 늘려야 한다. 서로 다른 언어에서 공통 언어로 변형시켜 교감해야 한다. 익숙하게 느껴온 것을 (굳이) 일차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는 분명한 보답이 따른다. 당신을 명강사로 만들어줄 것이다.
스티커 메세지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Winter Is Coming.”
필자가 사랑하는 미드 『The Game of Thrones』에서는 가훈이 곧 가문을 드러낸다. 이처럼 대표적이면서 끈끈한 스티커 메시지는 회사의 Vision에서 핵심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경영수업을 수강할 때 기업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면서 느껴보건대, 한국기업들은 전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핵심역량강화, 사업의 다각화, 지속가능한 경영 등 불명료하고 관념적인 사명으로만 둘러쌓여 있다. 과학적 용어, 사실적인 진술 등이 담긴 정보는 확고한 신뢰성을 심어줄지 모른다. 하지만 당면한 것이 너무 복잡하게 들리게 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쳐다보려는 시도조차 포기하게 될 수 있다. 시장조사 결과를 포괄한 바인더 더미들이 ‘죽음의 바인더’로 느껴질 수 있다.
현영, 장영란, 변기수 등의 아이들이 나오는 KBS Drama 『엄마는 고슴도치 시즌2』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영유아 프로그램과 달리 차별화되는 에피소드를 보인다. 가령, 부모님이 인형이 됐다든지, 다은이(현영 딸) 본인의 20년 후의 모습이 앞에 나타났다든지... 이처럼 가상적 시뮬레이션이나 Ooching(ft. 자신 있게 결정하라)을 통한 메시지 선정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각 기업 비전 담당자는 영유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좀 배웠으면 좋겠다. 아니면 GoT보고 배우던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다음 주 목요일 휴교’란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insight를 받은 문장이다.(궁금하면 읽어보시길...) 살면서 알아가는 것들 중 가장 처절하도록 아쉬운 점은 여러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통찰력을 밝게 빛내기 위해 나머지 훌륭한 통찰력은 잠시 미뤄두거나 중도폐기 할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는 뉴스기사 Script처럼 역피라미드 구조를 지녀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단순나열은 안 된다. 적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어째서 중요한지를 고려한 뒤 Priority를 정해야 한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담백하게 살자. 여태껏 핵심이 없이 얼마나 허송세월을 보낸 게 많았나? 당장 주어진 것과 장기목표를 확실히 구분하자.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
비영리 소비자권익단체인 CSPI(Center for Sceince in the Public Interest)에서 일하는 실버맨은 미디엄 사이즈에 37그램이 담긴 영화 팝콘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려 했다. 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 권장하는 하루 20그램 이하의 포화지방량을 넘는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광고를 통한 총 세 가지 방법을 수행했다.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독자들이 추론해보길 바란다.
1. ‘37그램의 포화지방’ 문구제작
2. USDA의 1일 권장섭취량과 팝콘에 함유된 포화지방의 양을 막대그래프로 나타내기
3. 베이컨과 달걀을 곁들인 아침식사, 빅맥과 감자튀김으로 이루어진 점심식사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스테이크 저녁식사를 합친 것보다 팝콘에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지방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앞서 PPT 발표에서 언급했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정확하지만 쓸모없는 메시지’에 매달리곤 한다. 단순 숫자가 아니라, 감정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 예시와 스토리가 主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려고 하는 전투기 F-35 한 대당 비용은 $ 132 million이다. (Wheeler. Winslow, "How Much Does an F-35 Actually Cost? Up to $337 million—apiece—for the Navy version" WAR is BORING, July 27, 2014) 이는 한화로 약 1460억 원으로(2016년 9월 10일 기준) 예산에서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 정책면에서 이정도 금액을 투자할 정도인지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군사학적인 개념이 전혀 없지만 이런 고가의 전투기의 무조건적인 도입은 반대한다.(물론 국가안보는 0.000001% 가능성을 염두 해둬야 한다는 것 또한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어디서 기반한 것일까? 단순히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사항이라서? 군사정책은 보수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진보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아니다.
전투기에 오로지 쏟아 부을 비용으로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는 방안도 있지 않나 싶은 게 내 주장의 골자이다.(제3의 choice ft. 자신 있게 결정하라) 성남시는 2016년에 시행할 무상복지 3대 정책을 발표했다.("이재명 성남시장 ""3대 무상복지 전면시행"", 비전성남, 2016. 01. 04) 복지정책 시행을 위한 예산은 총 194억 원이다. 이정도면 F-35기 한 대당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는 물론 여러 도시의 무상복지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중앙정부가 내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으로 인해 성남시는 2019년까지 연 87억 원 정도 교부금을 삭감해야 한다. 당장 2016년부터도 교부금이 삭감 예정이다. 복지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F-35는 무조건 투자하는데 구태여 이미 효율적으로 시행되는 복지는 없애버린다?' 현정부는 (다른 면은 물론이고) 재정정책의 효율성에 대해 어떤 생각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비유는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사소한 비용과 대조를 이뤄야 한다.(이것도 규모가 크긴 했다..) 통계와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요점을 각인시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통계는 ‘관계’를 묘사하는 데 이용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연관성이다.
책 본문 중 프레젠테이션 시 점검해봐야 할 점이 매우 유용해서 필사를 해봤다.
-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점에 집중하는가?
- 발언 시간 중 몇 퍼센트를 핵심 요점에 할애하는가?
- 슬라이드의 몇 퍼센트가 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가?
- 최소한 절반 이상의 시간과 시각자료를 핵심 메시지를 찾는 데 할애하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다음에는 어떤 질문으로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까?”
우리 동아리는 매년 주최하는 판굿을 연다. 언젠가 해당 연도 판굿 타이틀을 ‘덩지니어스’로 지었다. 존재하는 프로그램의 컨셉과 특성을 잘 살린 역작이었다. 단순히 포스터만 만든 게 아니라 영상까지 제작하여 실제감을 더했다. 둘을 연결하는 새로운 장소에 깃발을 꽂은 것이다. 『더 지니어스』라는 선험적인 기억을 두드려 깨우는 순간, 추상적인 도식이 입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용이하게 전달된 것이다. 이것이 콜라보의 힘이다. 판굿의 구체적인 필요와 욕구를 바로 주입시키는 순간 추상적인 메시지의 의미전달이 성공한 것이다. 메시지를 되풀이하는 것은 동어반복밖에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정보를 벗겨내고 핵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Conclusion
이런 메시지들은 비즈니스나 일반적인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운가령’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그걸 만들자. 인생문장! 나를 다잡을 문장. 나를 정의할 Sticker Message. 훌륭히 설계된 단순한 메시지를 만들자! 방향성을 다잡고 핵심스토리를 유지시키자.
추상적인 세계로 발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잊어버릴 때가 많을 것이다. 스토리는 교훈 안에 함축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도 될 수 없다. 올바른 통찰력으로 진실한 메시지의 특성을 이해하고, 핵심에 다다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론들을 부단히 익혀서 특정한 순간에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 머릿속에서 곧바로 지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집중된 우선사항은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내 글에 대해서도 되돌아봤다. 이 책을 보면서 잊어버린 게 있었다. 내 서평은 길이 너무 길다. 당장 이 서평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 읽을 때는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라서 써서 남겨야할 게 많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있는 서평들도 주술부의 호응, 맞춤법 정도만 바꿀 것이다. 어차피 서평은 재독(再讀)할 때마다 업데이트할 것이기 때문이다.
Sticker Message를 창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능성을 인식하고 발견하는 것은 훨씬 용이함을 잊지 말자. ‘핵심 메시지 안경’을 쓰고 계속 메시지를 살펴봐야 한다. 모든 기능을 추가하면 필패한다. 핵심 가치를 잘 파악하자. 이제 매일 매일의 삶에서 만들어지는 훌륭한 스토리를 포착해보자.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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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 나왔지만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적어봤다. The Combat Maneuver Training Center에서 CI(Commander’s Intent)를 수행하는 장교들에게 권고하는 질문이다.
- 내일의 임무에 우리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일이 없다면, 우리는 반드시 _____
- 우리가 내일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_____
여기에 독서에 대해 하나의 law를 추가해봤다.
- 매우 힘들지만, 책 읽을 때도 chapter, paragraph에 대한 lead를 계속 갖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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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가 나면 눈을 찡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를 보고 유용한 intuition을 얻었다. 지금 내게 가장 helpful한 방법이다. ‘머리를 뒤로 하는 것(?)’ 무작정 하나에 쏠려서 파악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이런 것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 또는 숨어 있는 원인을 밝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먼저 본 다음, 《Decisive》를 보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쓰면서 많이 느꼈다. Ooching, Bookend와 같은 기법들을 하는 이유를 Stick의 개념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논문 읽을 때 ‘신뢰성’을 높인답시고 통계적 자료만 찾아댔다. 그것보다는 효과적인 story를 leading 하는 게 낫겠다.
선택적인 읽기도 필요하고.
10.0/10.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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