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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10.0


고영성 작가는 말투가 건방져서 0.5점을 깎았다고 했다. 난 오히려 이사람의 말투가 좋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내용, 그리고 내 수준 자체 미달로 인해 1.0을 감했다. 나중에 재독하면 평점이 바뀌겠지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의 두 대립적인 행태를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하나는 평생 확률론적 결과에 감정적으로 휘말리거나 운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행태. 또 다른 하나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온갖 허구에 기꺼이 속고 싶어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행태다. 이 두 문구가 바로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랍비 힐렐에 준하는 천재적인 화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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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두 가지 세상을 바라본다. 하나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 세상이라고(통시적으로 과거와 미래가 포함된다) 착각하는 결정론적인 세상이다. 작가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며 비판한다. , 인간은 자기가 실존하는 것과 다른 이면적인 세계에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비중이 거기에 쏠려있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당장의 식사 메뉴를 결정하거나 지금의 감정에 따른 결정, 혹은 현재 당면한 이슈나 현상들, 심지어 역사적인 사건들조차도 (자신이 생각하기에)합리적이고, 선형적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허나 작가는 이를 인간의 결함에 의해 오인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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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거의 사건에 대한 평가를 보자. 사람들은 필요이상으로 그 선제조건(필요조건)에 대해 과다한 의미부여를 한다. , 그들이 보는 무작위 데이터를 어떠한 틀에 맞춰서 패턴화하며, ‘규칙성을 찾고, 그들이 보는 데이터가 여타 다른 것들과 다른 이상성’(differentiation)을 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당장 교보문고를 가면 부자들의 성공기법, 혹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주제로 한 책을 보게 된다. 그 책은 항상 베스트셀러 부문에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러한 주제 분류가 얼마나 편향적이고 편견적인 시각에 입각해서 쓰였는지 규명할 것이다.

 

또한 이런 과다한 의미부여는 이미 심리학적으로 검증된 여러 효과들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일명 모래더미 효과다.

해변가에서 모래더미를 쌓는 아이를 떠올려보자. 아이는 한줌, 한줌 모래를 쌓다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래성을 보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 한 줌 때문에 모래성이 무너진거야.”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모래성에 가해진 힘은 꾸준한 모래더미의 압력이다. 하지만 아이는 마지막 모래 한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한줌 한줌마다의 압력의 선형성을 비선형성으로 착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로를 자신이 보고싶은 대로 보게 되는 경로 의존적 결과(path dependent outcome), 일명 베블렌 효과 또한 존재한다. 더불어 시장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효과인 네트워크 효과도 같은 경우다.

 

이런 효과들로 인해 잘못된 분석과 판단이 있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지면되므로 다시 보게 된다면 상당히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스스로 고통에 직면하게 되고 이 영향은 상당히 크다. 주식에 투자한 A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주식의 수익성에 상당히 매달리는 측면이 있다. 그는 근무시간 중간중간에 휴대폰을 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확인한다. 점심시간에도 폰을 붙들고 계속 변하는 주가변동표를 보면서 일희일비를 한다. 점심시간까지는 수익률을 200%찍었지만 주식시장 마감시간엔 120%로 줄어든 것으로 종료됐다. 그는 행복해했을까? 아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보는 두뇌 특유의 기준점 변경 때문에 잃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은 두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지 한 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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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인간은 불리한 결과는 과소평가를 하고, 오히려 결과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에 휩싸인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했던 부자의 성공기법이란 묶음집을 보고 그 행동양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것은 통계학적으로 본다면 변수들의 최댓값의 분포들만 보게 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부자들의 책은 당시 쓰여진 시기에 성공의 반열에 있는 부자만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다. 다시 말해, 한때는 억만장자였지만 처형이 됐던 한 부자나, 윌스트리트에서 한때 영웅으로 떠올랐다가 2001년 닷컴위기로 인해 폭삭 망한 어떤 증권가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길을 가다가 지인을 만나면 굉장히 뜻밖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를 만난다라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자신이 특정한 장소에 있음에 따라 지인 또한 그 장소를 공유할 확률이 또한 달라지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우리 두뇌가 임의적 사건을 하나하나 보지 않고,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인과관계를 기억하고 인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이다. , 여러 개별적 상황들을 종합하고 판단하는 것을 배제하고 이를 압축적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우연을 대단히 뜻밖의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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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직관적으로 볼 수 없는, 잠재적 위험성과 확률에 대해서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고 다만 그 불편함의 곤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방편으로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시각화를 위해 피상적인 실마리를 잡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당시 감정에 따라 굉장히 편향적이게 되고, 순간의 단발적인 생각으로 짜인 것에 불과하다. 이런 회피성은 흔히 사용되는 가용성availability 어림법, 대표성 representativeness 어림법, 시뮬레이션 어림법, 감정affect 어림법 등으로 드러난다.

 

이와 관련한 아주 우스꽝스러운 실험이 하나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B.F. Skinner은 쥐와 비둘기를 상자에 넣었다. 먹이를 공급해줄 스위치를 또한 상자 안에 넣어서 그걸 누름에 따라 먹이가 공급되게 상자 구조를 만들었다. 몇 번의 반복을 통해 스위치가 곧 먹이를 주는 통로임을 비둘기에 각인시켰다.

 

여기서 먹이를 주는 패턴을 바꿔서 스위치 누르기과 상관없이 무작위하게 먹이를 주게 된다. 그 스위치를 누르는 행위와 관련해, 비둘기는 자신만의 행동 양식을 만들어낸다. 어느 비둘기는 상자 구석을 향해 머리를 규칙적으로 흔들고, 또 다른 비둘기는 정교한 기우제 춤을 춘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먹이 공급과 관계있다는, 즉 인과관계를 걸 스스로 믿어버린 걸 보여준다. 이 실험은 우리 인간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두뇌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두뇌 처리 부분이 이미 그렇게 하도록 담당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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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인간의 타고난 편향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우리는 이른바 결정적인 논리와 판단에 입각한 이른바 닫힌 사회에 살고 있다. 아무리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우리의 인권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필연적 결함의 횡행에 따라서 열린사회로 나아가는데 상당한 방해가 됨은 인간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견해나 행동에 따라 자신이 평가되고, 거기에 얽매여있다. 일관적이고 지성적이라는 압력이 보이지 않게 사회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성에, 자신의 과거 발언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바로 1968년에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으로 분출됐다. 그들은 오랫동안 억눌린 욕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세운다. “모순된 말을 할 권리를 달라!”

 

학생들의 슬로건처럼 과거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과거의 선형성에 거짓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편협한 사고는 편협한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 지극히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면서 자신의 견해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수용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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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인간의 비합리성의 권력이 독점하는 모습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언론과 증권시장이다. 그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후적 진단을 내리고, 청중과 상담자들에게 화려한 발표솜씨를 뽐내는 재롱꾼에 불과하다. 단지 보도 적중과 이익의 정도, 즉 빈도에 따라 그들의 명성과 월급은 결정된다.

 

심지어 수학과 과학에서도 지식을 발견, 수집하는 과정에 결함과 함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언론과 증권시장은 자신들을 과학과 통계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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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올바르고 종합적으로 인식해도 결과는 그것과 독립적으로 일어난다. fat-tail이라는 표본분포의 예가 있듯이, 희귀사건은 언제 어디서 분출될지 모른다. 따라서 낙관적이라거나 비관적이라는 표현은 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쓸모없는 공허한 말이다. 결과가 비대칭적인 환경에서는 더욱 극심히 드러난다. 우리는 6시 내고향, TV 특종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특정 식료품을 섭취하거나 자신만의 의식행위를 하는 사람이 암을 극복하거나 고질병으로부터 벗어난 걸 본다. 그들의 행동양식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에 대해 각 출연자들은 맹신하게 된다. 온갖가지들이 TV에서 소개됐는데, 그것을 따라하기만 하면 만병통치 무병장수를 달성할 수 있을까? 오히려 회의적이며 다른 측면으로 묻고싶다. “치료 될 경로에 이미 있었고, 특정한 행동이 그것에 더 힘을 실어주게 된 게 아닐까?”

 

이처럼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그때그때마다 명확하게, 수치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반대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매일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른다. 또한 시험으로 평가되는 결과에 못 미치면 좌절하며 포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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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상황에 따라 모듈을 만들어서 행동양식을 정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감정이 주관하기 때문에 현상 A에 항상 같은 솔루션이 정해지지 않고 다양한 방법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부족함 앞에서 열린 시야와 견해를 바꾸는 개방적 자세를 갖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까?

 

작가는 스토아철학을 소개한다. 그들은 무작위 사건을 맞이했을 때 자신의 운명을 최대한 통제하라고 가르친다. , 불확실성에 있어서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당연하며 거기에 의연하기란 쉽지 않으며 품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통해서 우리는 불평을 하지 않으며, 동정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변환의 시작이다. 행운의 여신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인간사이니 우리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개인적 품위를 지켜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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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우리의 인간의 한계 덕분에 이득이 되는 점도 있다. 무작위 사건을 너무 깊게 들여다보면 육체적으로 탈진이 되며, 잇따라 겪는 고통에 감정이 메말라 버릴 수 있다. 길을 가다 호랑이를 만나서 그 호랑이의 종류를 따지며 위험에 대한 대책 이론을 세우면 필연적으로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인간의 몸에, 본능에 따라야 한다. 무조건 도망쳐라.

 

, 어떠한 상황에도 최적화를 시도하는 것이란 최선의 방편이 아니다. 그 작업은 어딘가에서 중단되어야 한다. 바로 그 해결방법은 만족감에 있다. 아주 사소한 행동과 결론 내리기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하고 과다한 시간에 걸리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적정선에서 만족하고 본능과 몸의 반응에 따라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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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작가의 마지막 어구로 마무리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는 랍비 힐렐과 같은 수사법으로 말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마음 깊이 간직한 것, 개인적인 것, 이야기 들은 것, 실체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상적인 것은 경멸한다. 우리에게 좋은 것(미적 감각, 윤리)과 나쁜 것(운에 속는 어리석음)의 차이점은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난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다.

 

난 책 초반부에서 말한 작가의 말의 어순을 바꾸면서 작가의 의도와 가치 비중을 역으로 두고 싶다.

 

모든 것에 있어서 확실성이란 없다. 성공의 충분조건을 보고 무작위로 돌아가는 환경에서 그 중요도를 따지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하지만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 끈기와 인내 같은 전통적 가치들은 성공하기 위한 필요한 요소다. 이 요소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우리는 운이 떠받히는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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