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선 내가 감상평을 쓰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경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경제관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를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감상평을 써내려가는 그 과정의 결들을 더 세세히 보기 위해선 필요한 부분들이다. 따라서 앞선 가벼운 시작을 통해 이 책에 대한 내용 파악과 텍스트 수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다 쉽게 드러날 것이고 독자로서 이해되도록 감상문이 읽혀질 것이다


여태껏 나는 세상살이-특히 국내 사정-에 관심이 많았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회적 약자들이 피지배층으로서 어떻게 억압 받아왔는지 집중해왔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경제학 원론들을 접하지 않은 것이다. 나름 경제 관련 교양을 들었지만 바로 현상적인 측면에 돌입하는 교양의 커리큘럼 상 기계적인 지식습득으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경제 현상에 대해 내 주체적인 판단 및 분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독자적인 경제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봤다. 폴트라인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재앙 또는 큰 균열이 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폴트라인이라는 지질학적 개념을 도입해서 원인의 갈래들을 폴트라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하는 책이다. 폴트라인의 뜻은 이러하다. 지구의 지각, 그 아래에는 맨틀이 서로 움직이며 판들이 접촉하거나 충돌한다. 이에 따라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고, 그 판의 접촉면을 폴트라인이라 한다.


책은 경제학 초심자인 내게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고, 바로 주저 없이 선택했다. 2010년에 출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벌어진 일들을 분석한 통찰력은, 현재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수많은 평과 비교해 볼 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주로 2008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위기의 원인을 폴트라인으로 다루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단기적인 정책 실패나 외생적인 요인-전쟁이나 꾸준한 경제성장에서 필연 수반되는 것들 따위-으로 치부 하진 않는다. 해당 요인들을 살펴보면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자기의 이익에 부합하는, 또는 사명에 입각한 사고에 따라, 그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해왔던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고로 인해 이뤄진 실로 대단히 아래부터 갈라진 균열들이다.

 

1980년대 중반에서 2007년 이전까지 미국 경제는 실로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 했다. 2004년 미국 동부경제학회에서 전 FRB 의장인 버냉키는 승리의 축배를 드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연설을 했다. 이는 미국 경제 상황의 지속적인 호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경제 자체가 데이트 베이스 기반 시스템으로 인한 효율성 제고와 경제학자와 중진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 발전이 그를 뒷받침해줬다. 따라서 2001년에 발한 닷컴 몰락,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갖는 지속적인 압박 등에서도 극심한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구밀복검의 냉혈한 시장(market)은 미국 경제의 신선놀음을 오래 보고 있지는 않았다. 회복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지표인 고용이 좀처럼 신장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이제 말할 균열들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FR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되고, 그를 굳혀갔다. 하지만 이 안에서 또 다른 폴트라인이 형성된다. 모기지 담보증권(MBS)의 무분별한 확산과 그를 조장방조한 투자 회사들이 득세를 하는 미국 부동산 또는 채권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대중 인기 영합을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이 건에 대해선 뒤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FRB는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혹은 깨닫지 못하고), 신용불량자의 엄정히 검증되지 않은 대출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이는 또 다른 폴트라인의 요인이다.



또한, FRB의 장기 저금리 정책을 통해 시장참여자들은 혹시라도 있을 미래의 부담을 정부가 진다는 그릇된 확신이 의식에 자연스럽게 깔리게 됐다. 기대가설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기대는 근시안적이고 편중된 형국인 것이다. 이 또한 역시 폴트라인을 유발했다.



한편, 이런 대규모 대출을 떠받들 투자처는 바로 해외에 있었다. 수익을 찾아, 당장의 무위험이자를 갈구하는 소위 말해 투자낭인들이 미국 대출시장에 집중포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 또한 폴트라인 형성에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앞서 말했듯이 경제 건전성과 사회기반시스템을 발전을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달랐다. 결국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결단까지 필요한 미증유의 사태가 도래했다.



무엇보다도 지켜봐야 할 것은 정부의 정책위주가 아닌 정치편향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서 기인한 폴트라인 지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핵심적이고 주요한 원인이다. 시장은 외생적인 변수가 주어짐에 따라 명목변수뿐만 아니라 실질변수 또한 알아서 자동적으로 결정 및 조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주어진 산입(input)을 또한 결정하고 조절하는 주체는 정부다. 기업은 필연적으로 이윤을 위한 회사적사명을 띠고 운영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으로 인해 투자자나 일반 소비자들을 버려야할 꼬리로 치부하기 쉽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앞으로도 인간이 회사를 운영하는 한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마지막 보루로 있는 것이 바로 정부다.



하지만 정부는 정치적 신념에 입각한 정책을 피지 않았다.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국익을 외면하고 오로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에만 매달렸다. 정치생명줄을 연명하기 위함이었고 그 생명줄은 대중의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지지가 토대를 이룬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FRB의 경제 분석을 경시했으며, 거품이 덧칠해진 은행의 이익률 확대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결국 종국에는 앞서 말한 MRS의 거대한 증식이 이뤄졌고, 그 숙주인 투자처들과 함께 자멸해버림에 따라 현재 그 거품이 가시가 되어 잔존해 세계 곳곳을 찌르고 있는 중인 것이다.

 

경제학 전공 수업을 듣는 것은 이번학기가 처음이다. 이런 입장에서, 전공서에 필적한, 오히려 그를 압축한 이 방대한 거시적 경제적 지식을 담은 책을 단번에 이해하고 챕터구분별 내용파악하기란 힘들었다. 반대로, 이 책 하나만 보면 그간 이뤄져왔던 경제 상황의 저변을 다 심도 깊게 파고들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첨언을 하자면, 그러면 이보다 더 기초 이론 과정의 책이나 경제 시사 글들이 시시하고 얕은 것들이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더 세세한 면들이나 사례들을 위주로 보여줘서 경제 상황에 보다 더 근접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편, 디플레이션이나 기업의 줄줄이 도산 등 진퇴양난으로 보이는 경제현상을 마주해 보건데 내겐 아직까지 판단 및 분석이 요원한 현상들이 많다.) 



어쨌든, 학문이든 기술이든 간에 그것의 근저인 뿌리부분부터 차근차근히 다져나가야 된다고 생각했고, 아직도 그게 세상의 어떠한 모든 걸 대하는 데 있어 당연히 이뤄져야 할 공리라고는 믿음을 내 신념으로 한다. 그와 반대로, 이 책을 마주함에 있어서는, 대전제 하나를 훑어 본 뒤 하나하나 사례를 접하면서 내 경제학적 경험을 넓혀나간 느낌이었다. 또한 이번 학기 경제학 수학이 전부인데 아직 수업에서 내가 아직 수업 때 접해보지 않은 경제학의 이론과 최신 경제 이론(예컨대, 인플레율을 낮게 유지함과 동시에 잠재 성장률을 달성, 그 결과 지속 가능한 고용 수준을 달성한다는 이론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한편, 해설지를 미리 보고 문제지를 펼친 것 같아서 이 책 읽기로 인해 경제학적 사고의 확장이 저해될까봐 걱정이기도 하다. 후에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적 기반을 다진 다음에 읽는 기회를 가지면,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비판적인 분석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