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엄마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갈 거다.” 필자가 어렸을 적 말썽을 부리곤 할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실제로 당시 낮잠을 잘 때면 망태할아버지가 나오는 악몽을 몇 번 꿨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6.25전쟁 무렵 생겨나고 하다.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를 강타한 무서운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초반부에 나오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도시괴담인 ‘얼음이 찬 욕조와 신장도둑'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들려온 동남아 신혼부부 납치 괴담과 유사하다. (궁금하면 한 번 검색해보시라.)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처럼 한 번 들으면 뇌리에 꽂히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이미 키워드를 듣는 순간 바로 즉석으로 읊을..
“그 폐가로 가자는 말을 처음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소설책을 읽은 게 실로 오랜만이다. 딱딱하고, 심오하고, 회의적인 소설책을 읽었다면, 다음 소설책을 잡을 순간은 아마 New Year's Eve에 잠깐 머릿속으로 스치듯이 결심되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언급 면과 정반대다. 가볍고, 감동적이고, 굴곡 없이 행복감을 주는 책이다. 카타르시스가 없지만 (후반부에 약간?) 요즘과 같이 사사건건에 민감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대만족이다. 책 초반부부터 전체적으로 굉장히 soft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생각난다. 한 동네에서 이뤄지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나날들. 하지만 흡사 폐가 같은 가게에 들어서자 모든 것이 특별해진다. 보는 동안 직접적으로..
새 학기가 시작됐다. 정해진 일정은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조정되고 바뀔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요근래 나의 생활을 되돌아봤다. 개학하고서부터 결정과, 또 변화될 결정들에 있어서 나는 얼마나 자신 있게 결정했을까? 불확신에 가득찬 결정은 물론이고, 확신을 넘어선 오만이 넘치는 결정들뿐이었다. 물론 내 삶을 관통하는 결정들 또한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Benjamin Franklin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장단점 목록(pros and cons list)을 작성해서 결정의 타당성을 검증했다고 한다. 이런 장단점 나열도 문제점이 있다. 이런 결정은 순전히 뇌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편견에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신중한 선택을 한 경우가 생각..
서론 “내 삶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을 대부분 잊고 살아요. 기억나는 게 없으면 책망할 것도 없으니까요. 나는 내 삶을 즐겼고 매우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책에 나온 연구대상자가 한 말이다. 나 또한 그랬냐고 자문해봤다. 하지만 자아실현을 하는 ‘공부하고 있는 시간’마저도 만족하지 못하고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실패한 삶인 것 같았다. 26살 때부터 이미 ‘운가령’이라는 사람을 운명지은 것이다. case) 그웨돌린 하버샴 [터먼]처럼 유쾌함이 어린 눈과 몸가짐, 웃음을 머금고 살아가려고 애를 썼지만, 지내다보면 어느새 나를 자전적으로 돌아보는 순간 텅 빈 요새에서 울려 나오는 것과 같은 진부한 대답, 뻔한 소재,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스토리 등밖에 보이지 않았고,..
10.0/10,0 Prologue 책을 읽기 전 내 인생은 낭비로 보내졌고 –심지어 낭비벽을 동반했다-그 결과 나란 한 인간은 빈껍데기로 남았다. 26살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 혹은 운이 좋게도 인생의 선배들을 만나면서 내 삶을 바꿔나가고있었다. 그러면서 (또 우연하게도) 대학원 관련 포스팅을 보다가 이 책이 소개된 걸 보고 바로 읽기에 돌입했다. 어떤 끌림이나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책 초반부부터 강렬했고, 그 잔상이 아직도 남아있다. 책에서 말하는 ‘몰입’을, 해당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처음 인지하면서 행했다고 할 수 있다. 2월 초에 읽었다가 보름 후 돼서야 나머지를 마저 읽었다. 처음 읽었던 당시의 여운과 감동의 물결은 어제 오늘에 다시 차고 들어왔고, 어느새 내..
9.0/10.0 고영성 작가는 말투가 건방져서 0.5점을 깎았다고 했다. 난 오히려 이사람의 말투가 좋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내용, 그리고 내 수준 자체 미달로 인해 1.0을 감했다. 나중에 재독하면 평점이 바뀌겠지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의 두 대립적인 행태를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하나는 평생 확률론적 결과에 감정적으로 휘말리거나 운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행태. 또 다른 하나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온갖 허구에 기꺼이 속고 싶어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행태다. 이 두 문구가 바로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랍비 힐렐에 준하는 천재적인 화두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세상을 바라본다. 하나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 세상이라고(통시적으로 과거와 미래가..
우선 내가 감상평을 쓰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경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경제관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를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감상평을 써내려가는 그 과정의 결들을 더 세세히 보기 위해선 필요한 부분들이다. 따라서 앞선 가벼운 시작을 통해 이 책에 대한 내용 파악과 텍스트 수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다 쉽게 드러날 것이고 독자로서 이해되도록 감상문이 읽혀질 것이다. 여태껏 나는 세상살이-특히 국내 사정-에 관심이 많았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회적 약자들이 피지배층으로서 어떻게 억압 받아왔는지 집중해왔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경제학 원론들을 접하지 않은 것이다. 나름 경제 관련 교양을 들었지만 바로 현상적인 측면에 돌입하는 교양의 커리큘럼 상 기계적인 ..